[스크랩] ‘펜션사업’ 쉽게 생각하고 시작하면… ‘열에 아홉은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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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김정익(55세)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그는 퇴직금에 대출금을 보태 가평에 땅을 구입하고 3동 6실짜리 펜션을 지었다. 직접 내려가 운영하려고 지었지만 사업경험이 없는 김씨를 아는 지인들의 만류로 결국 보증금 5,000만원에 임대료 2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임차임과 계약을 했다.
문제는 계약 후 임차인이 개인 사정을 토로하며 보증금의 일부인 2,000만원을 먼저 주고 대신 임대료를 30만원 더 올려서 준다는 말에 승낙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영업을 시작한 임차인은 몇 달간 잔금인 3,000만원과 올려주기로 한 임대료를 주지 않았다.
김씨는 임차인에게 계약위반을 이유로 잔금과 밀린 임대료를 줄 것을 요구했지만 임차인은 지급한 2,000만원에서 밀린 임대료를 깎자고 말하곤 영업을 계속했다.
김씨는 결국 4개월이 지나 명도소송 끝에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대처가 늦은 탓에 이미 성수기가 지나버려 새 임차인을 찾기도 힘들어졌고, 직접 운영하려 해도 성수기를 놓친 터라 찾는 손님이 없다.
펜션사랑 허정연실장은 “위 사례처럼 성수기 때 4~5개월 빌려 바싹 벌고 빠질 목적으로 임차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증금과 임대료를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비수기 때 밀린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대체하고 운영이익금을 챙겨 사라지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허실장은 “잔금을 받기 전에 펜션열쇠를 임차인에게 넘긴 것부터가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펜션사업 초보자일 경우 당사자간 직거래를 피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래야 이런 경우 문제가 발생해도 대처가 빠르고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작년 말에 대기업에서 퇴직한 조민형(57)씨는 마땅한 수익이 없자 얼마 전 신문에서 봤던 펜션단지 광고를 떠올리고 분양상담을 받았다. 2년 동안 위탁사가 대신 운영을 해주고, 7%의 수익률도 보장해준다는 분양업체의 말에 조씨는 평창에 있는 펜션단지를 1억 5천여만원에 분양 받았다.
조씨는 6개월 가량 통장에 입금되는 수익금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났다. 하지만 이후 몇 달간 수익금이 입금되지 않자 위탁운영업체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위탁운영회사에서 돌아온 말은 운영이 힘들어져 손을 뗐다는 말이었다.
조씨는 현재 펜션을 놀리고 있다. 공실로 있지만 매달 나오는 관리비를 꼬박 꼬박 내고 있다. 결국 펜션을 매물로 내놨지만 분양가로는 사려고 하는 매수인이 전혀 없었다. 그는 결국 분양가의 80%까지 내렸지만 아직도 매수인을 찾지 못했다.
한 펜션전문가는 분양하는 단지형 펜션은 분양 받기 전에 관광객이 찾을만한 관광명소가 있는지, 펜션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특화시설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공실 없이 운영할 수 있고, 수익도 결국 거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많은 펜션전문가들이 말하는 펜션사업 실패 이유도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말하는 펜션사업 실패 이유를 열 가지로 정리해보자면.
① 은퇴 후 공기 맑은 시골에서 편안하게 지낼 생각으로 펜션사업을 시작하는 경우- 펜션사업을 하다보면 잔일도 많고 신경 쓸 일이 많다. 자기 집을 여러채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 결코 여유롭게 지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② 장소선택이 잘못된 경우- 펜션은 관광지, 강, 바다, 휴양림 등 테마가 있는 인근에 해야지 손님이 찾아 온다.
③ 본인에게 맞지 않는 규모를 선택한 경우 - 50대 중반 이후에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 규모가 큰 펜션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육체적인 노동이 많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④ 펜션단지를 분양 받은 경우- 위탁운영을 맞기는 방식인데 성공보다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⑤ 마케팅, 광고를 하지 않는다- 펜션이 외지에 많다보니 광고는 기본이다. 손님이 먼저 찾는 경우는 없다.
⑥ 유행에 뒤처질 때 - 건축물에 유행이 있듯 펜션도 보통 5년주기로 변화가 있다. 외관디자인, 내부시설, 오토캠핑 등 시대에 맞는 유행을 캐치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한다.
⑦ 차별화 전략이 없다- 무엇이든 남들과 같다면 상업성이 없다. 남들과 다른 차별화 전략이 있어야한다.
⑧ 예산과 규모가 맞지 않는다- 펜션사업을 시작하는 분들이 이 부분을 많이 놓치고 있는데 큰 규모로 생각한다면 펜션보다는 소규모 리조트를 운영하는게 맞다
⑨ 그 지역 분들과 담 쌓고 지낸다- 펜션이 위치한 지역주민과 친하게 지내야 사업에 도움이 된다.
⑩ 큰 돈 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펜션은 계절영업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성수기가 있으면 비수기도 있다. 자금계획이나 운영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
펜션사랑 허정연실장은 “2005년 이전에는 전국에 펜션이 3,000여 개로 펜션 가동율이 30% 이상 나와 그나마 사업성이 좋았지만, 현재는 펜션이 2배 이상 늘어 가동율이 20%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실패해서 경제적으로 재기하기 힘든 상황까지 내몰리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허실장은 마지막으로 “그러나 남들과 다른 독특한 아이디어와 영업전략을 갖고, 고객이 감동하는 서비스를 통해 경쟁하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사업 역시 펜션사업”이라고 자신했다.
[매경닷컴 조성신기자]